[판교신도시 '유령아파트' 인근 주민들 화났다](종합)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신축 아파트 3천여채가 3년 가까이 빈집으로 남아 있다.
판교신도시 아파트 값이 3.3㎡당 2천만원을 웃돌고 전세난까지 겪는 상황에서 멀쩡한 아파트가 방치돼 상권이 침체하자 참다못한 인근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동판교 상가 활성화 시민모임'은 최근 주민 550여명의 서명을 받아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 3·4단지 임대아파트 입주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회에 제출하고 성남시와 LH를 찾아 대책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3천여가구 아파트가 준공한 지 3년이 되도록 방치돼 일대가 우범지대로 변하고 주변 상가는 개점휴업 상태"라며 빈집으로 내버려두지 말고 분양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도 3천가구 3년 빈집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내거는 한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거리행진까지 벌이겠다고 LH와 성남시를 압박했다.
백현마을 3·4단지 3천696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9년 12월 성남시 2단계 재개발구역(신흥2·중1·금광1구역) 주민 이주용 국민임대아파트로 준공했다.
그러나 재개발사업 난항으로 입주가 미뤄져 시세 2조원대 아파트가 빈집으로 방치돼왔다.
사람도 살지 않는 집에 한 달 관리비만 2억2천만원씩 지금까지 60여억원이 들어갔다. 더 놔두면 나중에 입주해도 내장재를 교체해야 할 판이다.
단지 안에 건립한 24학급 규모의 초등학교도 폐교처럼 문이 닫혀 있다.
장기 미입주 사태의 불통은 아파트단지 옆에 들어선 상가에 떨어졌다.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폐업이 속출하면서 상가 입주율이 30%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임차기간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심지어 불패업종으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웰빙식 판매점, 정육점, 약국 등도 문을 닫았다.
한 상가 분양담당 직원은 "아파트가 입주할 걸로 예상하고 상가를 지었는데 대출이자를 내지 못해 파산 직전"이라며 "금싸라기 땅에 지은 아파트를 3년째 비워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층을 점포, 2~3층을 주택으로 사용하는 인근 '상가주택' 단지도 썰렁하다. 이곳은 판교신도시에서 유일한 '먹자골목'이지만 '유령아파트' 탓에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점포 태반이 비어 있다. 그나마 영업 중인 음식점들도 폐업과 전업을 반복하고 있다.
인근 백현마을 5~9단지 아파트 주민도 불편을 겪고 있다. 약국, 빵집, 편의점, 학원, 의원 등 같은 근린생활 편의시설이 없어 탄천 건너 분당 역세권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부터 성남시 2단계 재개발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판교 이주용 주택 입주는 3년 후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2008년 사업승인된 재개발사업은 성사가 불투명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지난 4월 시공사 선정 입찰은 응찰 업체가 없어 무산됐다.
재개발 추진으로 가옥주들이 주택을 보수하지 않아 세입자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LH와 성남시는 상대 탓만 하고 있다. 성남시는 LH가 해결 의지 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성남시 도시개발단의 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인 LH가 권리자 총회를 열어 재개발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재개발구역 주민들은 LH의 의지를 의심해 이주용 주택의 일반공급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주단지 변경은 성남시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 LH의 입장이다.
재개발 시행자인 LH는 위례신도시에 대체 재개발 이주단지를 확보하고 비어 있는 판교 이주용 아파트를 일반공급하자고 지난달 성남시에 사업 변경인가를 신청했다.
LH 도시재생사업처의 한 관계자는 "이주단지 변경 결정은 주민총회 결정사항이 아니라 주민대표 협의 사항"이라며 "주민대표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이주단지 변경을 신청했고 시가 인가하면 일반분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